기술지향적인 사회에서 다수는 최신 상품을 찾겠지만, 반대로 전통적인 미학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욱 아날로그적인 매력으로 차별화해 호소한다. 이들에게는 제품을 고르는 기준이 되는 성능이나 가격보다는 이제는 점차 찾아 보기 힘든 개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새것은 좋은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 시장은 극단적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은 유행을 만들어 어제까지 칭찬하던 제품을 새 제품과 비교하며 깎아내리고, 여전히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을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만든다. 그래야 계속 상품을 생산하고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도 진작에 이러한 상술을 눈치챘지만, 못 본 체하며 소비의 즐거움을 누린다. 최근 들어서야 환경과 쓰레기 문제가 주목받으면서 이러한 관행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나, 이미 익숙해진 소비 지향적인 문화를 버리기란 쉽지 않다.
다른 한편에서는 새것이 아닌 헌것, 완벽함이 아닌 불완전함, 첨단 기술이 아닌 손기술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바둑판처럼 정돈된 도로가 아니라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누비며, 다수를 만족시키려고 섬세하게 계획한 상품이 아니라 품질이 균일하지 않은 수제 상품을 사들인다. 너무 깨끗한 것, 완벽한 것, 고급스러운 것이 오히려 이들에게는 지루하게 여겨진다. 매끄럽지 않아도 되는 것을 넘어서 아예 거친 것을 원한다. 다수의 평균적인 제품이 나아가는 방향과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한다.
다수의 선택 기준, 소수의 선택 기준
| 다수의 선택 | 소수의 선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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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것의 깨끗함 |
헌것의 예스러움 |
| 완벽함 | 불완전함 |
| 고급스러움 | 친숙함 |
때 묻은 구제 의류
누구나 새 옷을 입고 싶어 할까? 오늘날 소비자는 파편화되고 있다. 개인의 취향도 빠르게 변한다. 구제 시장에서는 남이 쓰고 버린 물건이 가득하다. 상품의 상태도 천차만별이고, 물건을 파는 장소 역시 쾌적한 건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부담이 없다. 싼 맛에 사서 편하게 쓰고, 개량하기에도 좋다. 구제 시장에 가면 사람 냄새가 난다.
가죽의 긁힌 자국
가죽과 같은 소재는 사용하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색깔이나 문양이 변화한다. 때로는 얼룩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더 매력적이다. 새 상품을 살 때 흠집이 있으면 보통 불량품 취급을 한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제품은 손때가 묻을수록 더욱 가치가 올라가기도 한다. 세월의 흔적은 같은 시간이 지나지 않는 이상 당장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LP의 지직거리는 소리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세대가 어느 순간부터 LP를 사기 시작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2022년 한 해 동안 CD보다 LP가 더 많이 팔렸다. LP를 사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중에 하나는 현재 음악을 듣는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형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레코드판이 돌아갈 때 생각보다 깨끗한 음질을 들려줘서 실망했다는 사람도 있다. LP를 듣는 맛이 안 난다는 것이다.
라이브 가수의 숨소리
신곡을 음악 방송에서 공개하면 바로 MR을 제거한 파일이 유튜브에 등록된다. 반주를 강제로 지워서 이상한 음원이지만 가수의 생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팬들은 공연장에서 수십 번씩 녹음해서 완벽한 소리를 들려주는 CD 품질을 기대하지 않는다. 숨을 헐떡이면서도 최선을 다해 노래하는 가수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수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립싱크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오히려 실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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