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1월 04일 트렌드디비
Vol.1 Digital Cubism
피카소(Pablo Picasso)의 아비뇽의 처녀들(The Young Ladies of Avignon)로 시작된 큐비즘은 20세기 미술사의 서막을 올렸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완벽하게 무시한 이 새로운 조류는 미술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마치 혁명과도 같은 미학적 운동이었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흘러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큐비즘의 정신을 계승한 새로운 큐비즘이 또 한 번의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디지털 큐비스트’라 불리는 이탈리아의 천재 예술가, 쥬세페 라가지니(Giuseppe Ragazzini)의 대표작, ‘더 키스(The Kiss)’는 각각의 정지된 그림들을 오버랩시켜 물 흐르듯 변화하는 한 편의 영상 예술로, 큐비즘의 현대적인 재해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세계적인 록 그룹 U2의 입체영상 콘서트(2008)는 실제보다 더 실감나는 현장감을 선사함으로써 공연 문화의 새 지평을 예고한다.
이처럼 새로운 큐비즘은 이전과 같으면서도 사뭇 다르다. 즉, 20세기의 큐비즘이 캔버스에 면을 분할함으로써 입체감을 표현했다면 21세기의 큐비즘은 디스플레이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디지털 신호에 의해 새로운 입체 공간을 창조한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큐비즘(Digital Cubism)이다.
새로운 공간의 창조
디지털 큐비즘의 가장 큰 특징은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케이블 채널 HBO가 선보인 HBO 이매진(www.hboimagine.com)만큼 이것을 잘 설명해줄 사례는 없다. 기존의 영화나 드라마가 하나의 시점으로 보여주는 것과 달리 여러 개의 시점으로 분할된 영상들이 거미줄처럼 엮어져 거대한 스토리 지도로 눈앞에 펼쳐진다. 조각난 여러 개의 장면들이 한데 모여 진정한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사물과 사물, 시간과 시간의 간극을 포착해 공간의 미학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바로 디지털 큐비즘이다.
언제 어디서나 즐기는 3D 입체영상
3D 입체영상은 영화관이나 놀이동산, 또는 집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후지필름(Fujifilm)의 3D 디지털카메라, 3D W1은 그런 생각을 단번에 반증한다. 사람처럼 두 개의 눈을 가진 이 카메라는 보이는 모든 것을 입체 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다. 후면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로는 촬영한 영상을 별도의 안경 없이 3D로 감상할 수 있다. 2010년에는 노트북, 휴대폰, 타블렛 등 다양한 제품들이 3D 영역으로 진입할 예정으로, 유비쿼터스 3D 세상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다.
가상과 현실의 희미해지는 경계
2009년 6월, 삼성전자(Samsung Electronics,www.sec.co.kr)의 JET(S8000) 런칭 행사가 열린 런던에서는 연신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여느 행사장과는 달리 사회자 앞에 나타난 것은 초대형 스크린도 모형도 아닌 3D 홀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회자의 손짓에 따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영상들은 현실과 가상의 차원을 뛰어 넘는 새로운 세상 속으로 관람객들을 인도한다.
디지털 큐비즘의 시대에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현실이라고 섣불리 믿어서는 안 된다. 가짜 같은 진짜, 진짜 같은 가짜가 혼재되어 있는 세상 자체가 21세기의 새로운 큐비즘이다.
시각 자극이 다른 감각으로 전이되는 공감각
3D 영화는 시각의 깊이감으로 마치 만져질 것 같은 공감각을 체험할 수 있다. 2009년 여름에 개봉한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My Bloody Valentine)을 본 관객들은 살인마가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피가 정말로 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생생한 영상은 시각적인 자극에 이어 온몸의 감각을 곧추 세운다.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 감독의 아바타(Avatar)가 개봉 전부터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3m가 넘는 신장의 외계생명체 나비족과 인간과의 전쟁을 사람들은 직접 체험하고 싶은 것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픽션의 세계에서 논픽션적인 경험을 찾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속임수와 착각
스포츠는 상당한 몰입을 유발한다. 3D TV의 미래를 열어갈 핵심 3D 컨텐츠로 스포츠 중계를 주목하는 이유이다. 집에서 입체안경을 착용하고 3D 중계방송을 보는 것이 경기장의 생동감과 박진감을 재현한다면? 혹은 그것을 능가한다면? 더 이상 만들어진, 허구의 경험이 아니라 실제적인 경험의 경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D로 중계되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감각을 증폭시키는 콘텐츠들의 만남
입으로 바람을 부는 여자의 흑백 영상과 그에 맞추어 펄럭이는 스카프. 그 앞에 서면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갈 것만 같다.
2010년 1월 중순까지 일본 도쿄, 메종 에르메스(Maison Hermes) 매장에서 전시되는 쇼윈도 디스플레이다. 투명한 장막 뒷편에서 일어나는 이 반복적인 장면은 마치 여기의 시간은 멈추고 그곳의 시간만이 흐르는, 현실에서 분리된 또 다른 공간을 바라보는 느낌을 준다.
디스플레이와 영상, 그리고 디스플레이 밖의 물체가 만나, 하나의 색다른 입체공간을 만들어 내 디스플레이 안과 밖의 모든 콘텐츠가 결합되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없는 현실을 만들어낸다.
이머전의 큐브타일은 큐브 형태의 3D 멀티터치 컨트롤러로 5개의 면을 통해 디스플레이로 보여지는 입체 영상을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다.
디지털 큐비즘 시대의 또 다른 화두는 입체 콘텐츠다. 3D TV, 3D 휴대폰, 3D 카메라 등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는 기기들은 많다. 결국, 3D 시장의 성공 여부는 콘텐츠에 달려 있다.
슈퍼리얼리즘을 향하는 디지털 큐비즘
디지털 큐비즘은 UI(User Interface)의 변화를 수반한다. 최근 휴대폰 빅 트렌드로 떠오른 3D UI는 작은 디스플레이의 안쪽 세상과 바깥 세상의 벽을 허물어 사용자에게 더욱 실감나는 경험을 안겨주는 계기가 된다. 휴대폰뿐만 아니라 내비게이션과 노트북, 키오스크 등 3D UI는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디지털 큐비즘 시대의 또 다른 화두는 입체 콘텐츠다. 3D TV, 3D 휴대폰, 3D 카메라.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는 기기들은 많다. 결국, 3D 시장의 성공여부는 콘텐츠에 달려 있다. 3D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본격적인 공세로 영화산업의 판도를 바꿔 놓을 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각국 방송사들은 3D 스포츠 중계를 시작으로 3D TV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본격적인 입체영상 시대에 들어서면서 그에 걸맞은 입체 조작에 대한 관심도 높다. 아우디(Audi, www.audi.com)가 IAA2009에서 선보인 A4 컨피규레이터(Configurator)는 멀티터치가 가능한 디스플레이와 투명한 볼을 결합해 효과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3D 시뮬레이션 시스템이다. 이머전(Immersion, www.cubtile.com)의 큐브타일(Cubtile)은 디스플레이와 분리된 3D 멀티터치 컨트롤러다. 큐브 형태의 이 기기는 5개의 면을 통해 디스플레이로 보여지는 입체 영상을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다.
이들 사례는 입체적인 시각 효과를 더욱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감각으로 실현시키려는 디지털 큐비즘의 궁극적인 방향성을 보여준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상의 트릭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슈퍼리얼리즘은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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